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고 하는가

이구구299 2014. 9. 28. 10:31



누가 하늘을 보았다고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느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주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