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랑 - 가을한 내음 (0) | 2014.10.15 |
---|---|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0) | 2014.10.10 |
안도현 - 우리가 눈발이라면 (0) | 2014.10.10 |
나태주 - 풀꽃 (0) | 2014.10.10 |
한용운 - 임의 침묵 (0) | 2014.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