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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 풀꽃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014. 10. 10.
한용운 - 임의 침묵 임의 침묵 한용운 임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임은 갔습니다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황금의 꽃같이 굳고 빝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나는 향기로운 임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임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이별은 뜻밖의 일이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새 희망의 정수배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 2014. 10. 8.
박인걸 - 그해 여름밤 그해 여름밤 박인걸 쏟아지는 별빛을 물결에 싣고 밤새도록 지줄대며 흐른 냇물아 반디불이 깜박이던 한여름밤 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 소나무숲 방금 지나온 바람 가슴까지 닦아내는 고마운 길손 왕거미 집 짓던 처마 밑에서 꿈길을 거닐던 하얀 바둑이 희미한 초승달 별 숲에 갇혀 밤새 노 젓다 지친 나그네 산새도 깊이 잠든 검은 숲 위로 더러는 길 잃은 운석의 행렬 수줍어 한밤에 고개를 들고 밭둑에 피어나는 달맞이꽃아 적막에 잠든 고향 마을에 은하수 따라 흐르던 그리움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너머로 꿈길에 더러 거니는 그해 여름밤 2014. 10. 8.
김소월 - 산유화(山有花) 산유화(山有花)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 산에산에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꽃이 좋아산에서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꽃이 지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지네 2014. 10. 8.
정호승 - 가을 가을 정호승 하늘다람쥐 한 마리 가을 산길 위에 죽어있다 도토리나무 열매 하나 햇살에 몸을 뒤척이며 누워있고 가랑잎나비 한 마리 가랑잎 위에 앉아 울고 있다 2014. 10. 8.
강소천 -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강소천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갈매기 오라 손짓하는 바다로 가자. 푸른 물결 속에 첨벙 뛰어들어 물고기처럼 헤엄치다, 지치면 모래밭에 나와 앉아 쟁글쟁글 햇볕에 모래성을 쌓자.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바다로 가자. 한창 더위로 꼼짝 못하는 여름 한철은 바다에서 살자. 201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