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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 먼 후일(後日) 먼 후일(後日)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어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어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출처] [오세영]먼 후일/[김소월]먼 후일(後日)|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7.
오세영 - 먼 후일 먼 후일 오세영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데서나 쉬어야겠다. 동백꽃 없어도 좋으리, 해당화 없어도 좋으리, 흐린 수평선 너머 아득한 봄 하늘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나 이제 아무나와 그리움 풀어야겠다. 갈매기 없어도 좋으리. 동박새 없어도 좋으리. 은빛 가물거리는 파도 너머 지는 노을 다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면…… 가까운 포구가 아니라 먼 항구에 배를 대듯이 먼 후일 먼 하늘에 배를 대듯이.[출처] [오세영]먼 후일/[김소월]먼 후일(後日)|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7.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출처] [김영랑]모란이 피기까지는|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7.
백석 - 여승 여승 백석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깊은 금덤판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출처] [백석]여승|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7.
박남희 - 폐차장 근처 폐차장 근처 박남희 이곳에 있는 바퀴들은 이미 속도를 잃었다 나는 이곳에서 비로소 자유롭다 나를 속박하던 이름도 광택도 이곳에는 없다 졸리워도 눈감을 수 없는 내 눈꺼풀 지금 내 눈꺼풀은 꿈꾸기 위해 있다 나는 비로소 지상의 화려한 불을 끄고 내 옆의 해바라기는 꿈같은 지하의 불을 길어 올린다 비로소 자유로운 내 오장육부 내 육체 위에 풀들이 자란다 내 육체가 키우는 풀들은 내가 꿈꾸는 공기의 질량만큼 무성하다 풀들은 말이 없다 말 없음의 풀들 위에서 풀벌레들이 운다 풀벌레들은 울면서 내가 떠나온 도시의 소음과 무작정의 질주를 하나씩 지운다 이제 내 속의 공기는 자유롭다 그 공기 속의 내 꿈도 자유롭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저 흙들처럼 죽음은 결국 또 다른 삶을 기약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 2014. 9. 27.
김춘수 꽃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싶다 너는 나에게 ,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2014.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