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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 가는길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서산에는 해 진다고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흐르는 물은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2014. 10. 8.
박영민 - 기차는 지우개를 들고 간다 ​ ​ 기차는 지우개를 들고 간다​​ ​ 박영민​ ​저 흘려 쓴 풍경들,어디서 많이 본 정든 필체 같아너인 것만 같아그러나 책장의 속력두고두고 읽을 수 없다어느 역 주변 두고 온,체념마저 뺏기며 나는 살아가는가떼어 놓은 간격만큼스쳐온 슬픔 커지는 것을나는 운명이 굴리는 잔머리라 되뇌이며취해 간다내가 너를 버린 게 아니다너를 분실한 어디쯤 내 넋도 내려놓고지정된 좌석에 으깨진 껍질 뿐인육체는 무료하기 짝이 없다거꾸로 열리는 어둠으로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닫혀 간다찐 달걀 같은 팍팍한 생의 목메임을반쯤 남은 캔맥주로꾸역꾸역 넘기는 동안출발지와 도착지로 인쇄된한 구절 묘비명 같은구겨진 표 한 장 들여다봐라, 아무리 너를 가졌다 한들기적은 처음 선로에서부터 멀어져 간다이 긴 봄밤도붙잡고 싶은 순간 앞에선무릎 꿇고 하찮.. 2014. 10. 4.
조지훈 - 승무(僧舞)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출처] [조지훈]승무(僧舞)|작성자 몽당연필 2014. 10. 1.
김행숙 - 저녁의 감정 저녁의 감정 ​김행숙 ​​ 가장 낮은 몸을 만드는 것이다 으르렁거리는 개 앞에 엎드려 착하지, 착하지, 하고 읊조리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계급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일어서려는데 피가 부족해서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현기증이 감정처럼 울렁여서 흐느낌이 되는 것이다, 파도는 어떻게 돌아오는가 사람은 사라지고 검은 튜브만 돌아온 모래사장에 점점 흘려 쓰는 필기체처럼, 몸을 눕히면 서서히 등이 축축해지는 것이다 눈을 감지 않으면 공중에서 굉음을 내는 것이 오늘의 첫 번째 별인 듯이 짐작되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이제 눈을 감았다고 다독이는 것이다 그리고 2절과 같이 되돌아오는 것이다 2014. 9. 29.
박영민 - 기차는 지우개를 들고 간다 기차는 지우개를 들고 간다​​ ​ 박영민​ ​저 흘려 쓴 풍경들,어디서 많이 본 정든 필체 같아너인 것만 같아그러나 책장의 속력두고두고 읽을 수 없다어느 역 주변 두고 온,체념마저 뺏기며 나는 살아가는가떼어 놓은 간격만큼스쳐온 슬픔 커지는 것을나는 운명이 굴리는 잔머리라 되뇌이며취해 간다내가 너를 버린 게 아니다너를 분실한 어디쯤 내 넋도 내려놓고지정된 좌석에 으깨진 껍질 뿐인육체는 무료하기 짝이 없다거꾸로 열리는 어둠으로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닫혀 간다찐 달걀 같은 팍팍한 생의 목메임을반쯤 남은 캔맥주로꾸역꾸역 넘기는 동안출발지와 도착지로 인쇄된한 구절 묘비명 같은구겨진 표 한 장 들여다봐라, 아무리 너를 가졌다 한들기적은 처음 선로에서부터 멀어져 간다이 긴 봄밤도붙잡고 싶은 순간 앞에선무릎 꿇고 하찮.. 2014. 9. 29.
김연동 - 매미처럼 울어 봤니 매미처럼 울어 봤니 김연동 아득한 칠흑을 찢는 비상의 꿈을 꾸며​무수히 흔들리고 떨리는 어둠 속에​온몸이 자지러지던매미처럼 살아 봤니 다그치듯 흘러가는 냉엄한 시간 앞에​문틈의 볕뉘 같은 생명의 끈 움켜쥐고다급히 그리움 흩는매미처럼 울어 봤니 ​세속에 등 돌려도 내밀한 아픔은 남아​길섶에 묻은 먼지, 속살까지 태워버리고​허물만 벗어놓고 가는뒤태 환한 울음 봤니[출처] [김연동]매미처럼 울어 봤니|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