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30 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고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고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느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주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2014. 9. 28. 김현승 - 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이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2014. 9. 28. 김춘수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는 정맥(靜脈)이바르르 떤다.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는 정맥을 어루만지며눈은 數千 數萬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3월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아궁이에 지핀다.[출처] [김춘수]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8. 김용락 -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김용락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아니, 기적소리가 듣고 싶다가을비에 젖어 다소 처량하게비극적 음색으로 나를 때리는그 새벽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방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있던단풍이 비에 젖은 채로 이마에 달라붙는시골 역전 싸구려 여인숙에서낡은 카시밀론 이불 밑에 발을 파묻고밤새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던20대의 어느날 바로 그날 밤양철 지붕을 쉬지않고 두들기던 바람아, 그 바람소리와 빗줄기를 다시 안아보고 싶다인생에 대하여, 혹은 문학에 대하여내용조차 불분명하던거대 담론으로 불을 밝히기라도 할 양이면다음날의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우리를 축복하던가그날은 가고 기적을 울리며 낯선 곳을 향해이미 떠난 기차처럼 청춘은 가고낯선 풀랫폼에 덩그러니 선 나무처럼빈 들판에 혼자 서서아아 나는 오늘밤 .. 2014. 9. 27. 천상병 - 장마 장마 천상병 내 머리칼에 젖은 비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⑴비여나를 사랑해 다오.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⑵심야(深夜)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출처] [천상병]장마|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7. 이형기 - 낙화 낙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출처] [이형기]나무 / 낙화|작성자 몽당연필 2014. 9. 27. 이전 1 2 3 4 5 다음